epilogue #2012

기본 정보
epilogue #2012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했던 일들은 예상을 빗나가기 일쑤였고 달라진 일상에 허둥댔던 시간도 이제는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일어나자마자 컵에 가득 물을 따라 마신다. 세수하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일부러 옷을 갈아입고 양말을 신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슬랙과 디스코드에 로그인하고 메일을 확인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 모두 각자의 집에서 일한 지 3주가 되었다. 풀기 어려운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 듯한 어제와 오늘이 겹친다. 매일 같은 집에서 비슷한 업무를 반복하고 있지만, 바깥의 상황은 아무 변함이 없다. 안팎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는 것,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 커피를 내려 마실 그날의 컵을 고르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정성껏 커피를 만드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뜨거운 물로 서버와 커피가 담길 잔을 데우는 것으로 시작해 곱게 갈린 원두에 아주 천천히 물을 부었다. 일부러 수고를 자처하며 나를 위해 만드는 고요한 시간이 주는 위로를 잘 알고 있다. 여전히 나아지는 것이 없다고 해도 창문을 활짝 열고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 남은 원두를 갈아서 좋아하는 컵을 골라 내일의 고요를 마음껏 누리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면서.

사진&글
스튜디오 포레스트 오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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