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2006
| epilogue #2006 | |
| "산뜻한 행복"
그라인더에 넣은 원두가 도로록- 부서지며 내는 소리에 깨어나 뒤척이는 아침을 좋아합니다. 그릇장 앞에 가만히 서서 나란히 놓인 색색의 컵을 바라봅니다. 한 방울씩 쌓여 가는 커피를 담아낼 컵을 고릅니다. 하얀 테이블 위에 함께 놓을 그릇과 어울리는 색이 무엇일까 상상합니다. 기분 좋게 오늘의 컵을 손에 쥐어봅니다. rfm의 컵은 산뜻합니다. 네 손가락을 넣어 한 손으로 들었을 때의 가벼운 무게가 산뜻하고, 두 손으로 포근히 감쌌을 때의 촉감이 산뜻하고, 입술에 닿는 얇은 두께가 산뜻하고, 동그랗게 이어지는 선이 산뜻하고, 영롱한 빛과 이름을 닮은 색이 산뜻합니다. 일상의 찰나에 스며드는 산뜻함이 좋아서 쉽게 손이 닿는 곳에 컵을 놓아둡니다. 언제라도 내 손에 쥘 수 있는 산뜻한 행복이 곁에 있단 사실만으로도 어쩐지 든든하고, 위안이 됩니다. 사진&글 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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